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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에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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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 올랐던 의상봉을 다시 올랐다
앞서 걷던 아주머니를 보니 40대 초반인데 혼자이다
좁은 등산로에서 쭈빗거리며 걷는 것이 시원찮아 보인다 성큼 앞서서 걸었다
지난번에는 무작정 걸어서 올라갔는데 힘이 들고 땀도 많이 나서 고생이 심했다
오늘은 천천히 즐기며 올라가리라(그런데 남을 앞서서 올라가다니...........)
조금 올라가다가 배낭을 내려놨다 그리고 물병을 꺼내들고 물을 마셨다
남들이 올라가는 모습도 보면서 천천히 대남문까지 꼭 가도록 해야지..........
조금 있으니 아주머니가 올라온다 그리고는 내 옆에 배낭을 내려놓는다
땀이 식어 배낭을 짊어지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의상봉 초입에 버티고 서있는 바위가 또 앞을 막는다 조금 올라가고 있으니
아저씨 어디로 가야돼요 하고 묻는 소리가 뒤에서 들린다
돌아보니 처음에 만난 아주머니이다
우측으로 오셔서 그 바위에 박혀있는 쇠를 밟고
그 다음에는 뒤에 있는 바위를 잡고 올라오세요 혼자서 가시기는 어렵겠네요
그리고는 앞에 있는 바위를 조심조심 기어서 올라갔다    
의상봉 봉우리를 올라가니 쉬는 분들이 많았다
나도 옆에서 쉬면서 다른 분들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다들 어렵고 힘들지만 여름산행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물을 마시며 쉬고 있으니 처음의 아주머니가 올라 오셨다
자꾸 내 주위에서 얼쩡거리는 것이 아마도 오늘은 함께 하고 싶은 모양이시다
혼자 오셨어요??? 아니오 일행이 있는데 10시에 출발한다고 해서 먼저 왔어요
여름에는 조금만 늦어도 더워서 산행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렇지요........ 하면서 옆에서 쉬고 있던 30대 초반의 젊은이가 끼어 들었다
어디까지 가실 계획이세요???
저는 1차 목표는 대남문까지이고 그 다음에는 체력을 봐서 더 갈 계획입니다
저는 9월에 친구들과 지리산을 가기로 했는데
그 전에 체력을 기르기 위해 매주 토요일에 북한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12월부터 매주 토요일에는 북한산을 오르고 있는데 약 30번쯤 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길치이고 다른 사람들의 발뒤꿈치만 보고 다녔더니 길을 몰라서
아까 아저씨를 만나기 전까지는 길을 잃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저씨를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아주머니가 제일 많이 북한산에 다녔더군요
그렇게 해서 3명이 함께 산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 갑시다 하고 다음 봉우리를 향해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한 봉우리를 오르고 다음 봉우리를 향해 오르려고 하자
아저씨 잠시 쉬었다 가세요 하고 배낭을 내려놓는데 할 수 없이 같이 쉬기로 했지요
조금만 위로 가면 쉴만한 장소가 있습니다 하고 바위 뒤 그늘로 갔습니다
배낭에서 음식을 꺼내 나누어 먹자고 하며 수박, 고구마 등을 나누어줍니다    
그래서 저도 오이, 바나나, 복숭아 등을 같이 먹자고 권하였습니다
산에서 처음 만나서 이름도 묻지 않고 음식을 나누어 먹으니
산에서는 인심이 좋은 모양입니다

음식을 먹다보니 원추리가 예쁜 꽃을 피우고 있어서 사진을 찍으려고 사진기를 꺼냈더니
어 이거는 보통 사진기와 다르네요 예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사진기입니다 하고
달개비와 원추리를 찍고 사진기를 보여주었더니
아저씨 부자인가 봐요 합니다
제가 우리나이로  49살인데 살다가 보면 이런 것을 구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아이들 사진 찍어주려고 자동사진기를 가지고 다니다가
사진기의 한계를 느끼게 되면 사진기 바꾸고 또 렌즈를 구하게 되고  
하나하나 구하게 되는 거지요 그런가요

한참을 쉬고 다시 봉우리를 향해 올라갑니다
아주머니는 지난봄에 북한산성 14대문을 다녔는데
의상봉을 시작해서 14대문을 다 다니고
마지막에 원효봉에서 북한산성 매표소 쪽으로 내려왔는데
마지막 구간이 제일 힘들었다고 하면서
여자들은 북한산성의 대문이라고 이름 붙인 문들은 출입을 할 수 없었고
일반문들을 통해서만 다닐 수 있었다는 말씀을 하시며
의상봉에서 대남문까지 5번은 더 다녔는데 이 구간이 제일 좋다고 하시더군요

예전에는 싸우기 위하여 산성을 쌓았는데
지금은 우리가 산행을 하기 위하여 다니는 길이 되었습니다 하니
길옆에서 쉬던 분들이 빙긋이 웃더군요
중간중간 산성의 흔적이 남아서 산성안에서 밖을 쳐다보는 곳들을 알려주며
이곳에서 밖을 보고 활을 쏘던 곳입니다 하니
아 그래서 이렇게 생긴 거구나 이렇게 생긴 곳이 많이 있네요 하며
서로에게 좋은 지식을 전해 주면서 산행을 하였습니다
쉬고 가고 하기를 반복하면서 가다보니 12시가 다되어서 대남문에 도착하였습니다

대남문에는 많은 분들이 쉬고 계셨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자리를 깔고 주무시는 분도 있고
점심을 드시는 분들도 있고 사진을 찍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땀을 식히고 저는 더 가자고 하고
다른 두 분은 하산하자고 하셔서 같이 내려가기로 하였습니다
계곡에 내려와 신을 벗고 계곡 물에 발을 담그니 신선이 부럽지가 않았습니다
발의 피로가 풀리니 배가 고프기 시작해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지요
남자들은 김밥전문점에서 김밥을 사왔고 여자 분은 점심을 싸왔습니다

서로 점심을 나누어 먹고 인생살이 얘기를 허물없이 나누게 되어
서로의 얘기를 하는 중
아주머니의 남편은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으로 44살인데 당뇨와 고혈압이 와서
이제야 운동을 시작했다고 하며 가끔 산에도 같이 다닌다고 합니다
사람이 건강을 잃고 나서야 다시 찾으려고 하니 힘과 돈이 몇 배로 든다고 합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30대 초반의 남자 분은 결혼한지 2년 되었는데 아내는 움직이는 걸 싫어해서
혼자 산에 다니는데 아직 아기가 없다고 합니다
아주머니는 아기를 빨리 낳는 것도 돈버는 것이라고 하며
아기를 빨리 낳을 수 있으면 빨리 낳는 것이 좋다고 하고
터울이 크면 육아기간이 길어지고
터울이 작으면 육아기간은 짧아지지만 엄마가 힘들게 된다고 하며 육아 상담해주고
아내는 남편의 생활을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남편에 대해 있는 대로 인정해주고
남편은 아내의 생활도 인정해 주는 것이 서로의 정신 건강에도 좋고
결혼생활도 원만하게 영위하는 길이라고 인생상담도 하면서 산을 내려왔습니다

산을 거의 내려왔을 때 아주머니가 조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서
아니 산에 이렇게 많이 다닌 분이 넘어지면 어떻게 하냐고 하니
다 왔다고 방심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하며
발을 주무르고 한참을 이리 저리 돌려보시더니 괜찮다고 하며 일어섰습니다
산행은 마지막까지 항상 조심을 하여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 같았습니다

북한산 입구 도로에서
오늘 즐거운 산행을 함께 하게 되어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헤어져 집으로 향했습니다
산에서의 만남이 길지는 않았고 누구인지도 묻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지식을 나누고 산행의 동행자가 된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댓글목록

은련화님의 댓글

은련화
  깎아지른 절벽을 보며
내 삶의 깊이는 해발 몇 미터나 될까.. 하는 우문을 가져봅니다.
어쩌면 옅은 동산 쯤이거나, 혹은 그 가벼움에
헛발질 몇 번에 되돌아설 수 있는 야산의 그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섬세하면서도 담담하게 쓰신 산행기..
흡사 제가 후곡마을님이 되어 정말 산을 오르는 마음으로 읽었네요. 잘 읽었습니다.

산내님의 댓글

산내
  후곡마을님 ! 의상봉까지 오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사모님과 같이 가셨는지? 아니면 혼자 ?
40대 초반 아주머니가 자꾸 생각 나시는 모양이지요
긴 산행의 동반자 정말 반갑지요
헤어질때 약속도 없이 헤어지셨는지 ?
산에서 만난 인연 지길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는법.....
우스게 이야기로 받아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