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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제우소담기(蘭房諸友笑談記)-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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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강쇠/수태봉 탄식하며 이르되,
[“내 몸가짐이 바르고 힘 좋아 보이는거 알고 있지만 글타고 지지대용 철사걸이 만들면서
왜 내몸통을 가지고 두들겨 펴는지 모르겠소. 물건 기스나게...,
그리고 어느님 방석수태 얹혀놓고 쥐어짜면서 죽어도 아니눈물 흘릴 때까지 짠다고 하시던데,
그리 쥐어짜서 가뭄 들면 홍두깨에 꽃이 피겠소이까. 적당히 주무르소. 나도 힘드니께.
모 초보님 분갈이한번 하시겠다고 나서시드만, 방석수태 올려놓고 두 손 모아 쥐어 짜실제,
계속 위에서 아래로만 누르면서 짜시더라. 그러다 방석수태 벗겨지면 또 한 웅큼 집어 얹혀서
짜고, 대체 수태기둥을 얼마나 키우실라고 그러시오. 크다고 다 좋은게 아니라요.“]
(Tip. 적절하게 밑에서 받아 올리듯 하면서 쥐어짜야 수태가 벗겨지지 않습니다)
 
헤어디자이너/가위 가윗날 갈면서 한마디 하는데,
[“엄미공주 예쁘게 감아 초당에 심어놓고 이리저리 돌려가며 모양새 다듬는데 어느 님이
왜 다듬느냐고 물으신다면 엿장수 맘이라.
분갈이 때 엄미공주 뿌리 다듬을 때나 꽃대 잘라줄 때 날이 잘 드느니 안 드느니 투박하시던데
왜 분재철사를 자르고 나무전지용으로 쓰시었소, 내 아무리 엿장수 가위라지만 이래 뵈도 명품이라,
이것저것 아무것이나 자르면 아니 아니 아니되오.
그리고 뿌리 다듬을시 손으로 뜯는 분이 계시던데 내를 폼으로 두었소.
아무쪼록 다가오는 팔월대보름 추석명절, 더도 덜도 말고 내 한가위만 같으시오.“]
 
깔창男/좌대 서글픈 목소리로 이르되,
[“그래도 여러 벗들은 나에 비하면 행복하오. 나는 한두 번 전시회 때나 외출할까 하니,
일년 추석이나 설날 명절에 꺼내 입은 한복 같은 신세가 아니고 무엇이랴.
또한 전시회 나가 초당여사의 짧은 다리를 우뚝 받쳐주어 엄미공주의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너도나도 예쁘다 하며 사진을 박아대는데 보니 초당여사와 엄미공주만 나오는 사진이더라.
왜 깔창은 사진에 나오게 찍지 않는가. 그나마 찍히면 잘리는 사진 뿐이던데 참으로 분하고 서럽다.
내 기분 나쁘면 깔창을 확 빼버리는 경우가 있으니 앞으로 내 사진도 좀 찍어주소.
그래도 얼마전 풍빠모에 정성스레 조각하여 올라온 관솔좌대를 보니 위안이 되더이다“]
 
이렇듯 여러 제우들이 담론하며 회포를 풀고 있을 제,
 
난실 한켠에 목석처럼 서있던 돌부리영감/석부작 헛기침하며 이르되,
[“여러 벗들이여, 내 듣던 중 한마디 하려하네.
나의 돌부리에 붙여있는 인연들은 튼튼한 접착제로 붙인 듯 돈독하야 평생
함께 할 수 있지만 세속의 인연들은 침 발라 붙여놓은 것 같은지라 조그마한
미혹에도 우정이 갈팡질팡 한다는 것 내 모르는 바 아니오.
蘭香千里 人德萬里라, 난향은 천리를 가고 사람의 정은 만리를 간다는 말 이번 태풍에
휩쓸려 갔다고는 하나 그래도 십여 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그대들과 벗하여 함께 하였거늘
무슨 실망들이 그리 많은가.
벗이란 할 말이 있어도 말을 아낄 줄 알아야 하고, 세상을 함께 동행 하는 친구이거늘
어찌 세간에 회자되는 세속인들 궁교(窮交)의 관계를 그대들마저 따라 하려는가“.]
*궁교(窮交) : 궁할 때 동병상련으로 서로 위해 주는듯 하다가 한순간에 등 돌려
제 잇속을 차리는 배은망덕의 사귐.
 
이에 난방제우들 부끄러워 물러나더라.
                                                                  - 끝 -
 
두서없고 황당무계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치하님의 댓글

치하
수고가 대단하였습니다.
 읽는 재미가 쏠쏠하였더이다.

근디 다른 동네는 같은 글에 댓글이 품짐한디,
울 동네는 점잖이 넘쳐선가 말한마디 없으니 인심이 흉흉하고 인색스러워 나드리가 무섭소이다 ㅎㅎㅎ
원로고수님들도 한마디 노여움이라도 해 주시면 조~켔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