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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오우(蘭房五友)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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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이래 글하는 선비에게는 문방사우가 있고 아녀자들에게는 규중칠우라는 것이 있었는데
어찌 난을 함에 있어 난인들에게도 함께하는 벗이 없으리오.
고즈넉한 초가을밤 귀뚜라미소리의 여운을 백뮤직으로 깔고 <가위> <수태봉> <수태> <화분> <핀셋>이라는 
 난방오우들을 벗삼아 풍란 분갈이를 하여봅니다.
 
태고의 흔적을 간직한냥 고태 창연한 묵은 수태를 걷어내고 한손에 풍란을 감싸 쥐고 뿌리 한가닥 한가닥
이리저리 돌려가며 가위로 썩은 수태나 무성한 뿌리들을 잘라 정리해줍니다.
긴 뿌리를 잘라줄 때 가차 없이 단발머리 컷팅을 하는 것도 문제는 없으나 가급적 뿌리 마디부분을 잘라주는게
스트레스도 덜받고 다음 성장에도 좋은것 같습니다.
그리고 방석용 수태를 한웅큼 들어 호떡크기로 깔고 토닥거리며 적당한 두께를 만듭니다.
방석수태의 두께는 먹고 싶은 호떡의 두께만큼이 좋지만 각자 난의 크기등 상황에 다르게 됩니다.
이때 포장마차에서 호떡에 앙꼬넣듯 마캄프K를 몇알씩 넣기도 하는데 요즘에는 거의 사용을 않하더군요.
분명한것은 배양환경에 따른 방석의 두께를 달리하는것이 난의 성장에 있어 좋은 조건을 제공해 주는것입니다.
즉, 난의 입장에서 너무 달고, 쓰고, 맵고, 짜지 않게 해주라는 야그인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어 아쉽지만
확실한것은 경험이 곧 참고서라는 사실이죠.  앞으로 사계절 춘하추동 심심하실때마다 수태호떡 많이 만들어 보시길...
 
이쯤해서 한쪽에 가지런히 모아둔 홍두께같은 녀석들에게 눈길을 보낸다. 대체 뭐에쓰는 물건들인고...???
크고 작은 수태봉중에서 실하고 적절한 놈으로 골라 감촉을 느껴본다. 음~ 좋아~~~!!!
장부의 기백이 서린 낙락장송처럼 수태봉을 우뚝 세워두고 적당하게 토닥거려진 호떡같은 방석수태를
손바닥에 밀착시켜 수태봉위에 올려 말아 감쏴쥐고 힘껏 쥐어짠다. 대체 얼마나 쥐어짜야 되냐구요?
호떡수태가 옆구리 터져가며 “죽어도 아니눈물 흘리오리다”라고 말할 때까지입니다.
마지막 남은 한방울의 눈물이 흐르고 나면 잘 다듬어진 풍란을 수태봉위에 올려놓고
뿌리들을 사방으로 펼쳐지게 합니다.
 
이제 곁에는 잘 골라진 수태가 크기별로 정리되어 있습니까?
어느 난우님은 마나님께서 “나는 수태를 고를 테니 당신은 분갈이를 하시지요”하며 한올 한올 짧고
긴수태를 골라가며 수태삼각팬티를 만들어 주었다는 야그도 있습니다만.
수태를 감는다는것은 무념,무상,무아의 침묵속에서 적절하게 힘의 안배를 해가며 한올 한올 수태를 감는 손길따라
균형잡힌 멋진 자태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정중동(精中動) 동중정(動中精)의 철학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전문점을 하는 입장에서 풀이해본다면 표면적으로 말없이 수태를 감고 있으면서도
속내로는 부단히 난을 어떻게 팔까? 가격은 어느정도 할까? 뿌리가 두가닥인데 우짜지?등등
온갖 생각을 움직이고 있다는 미묘한 해석도 가능하군요. 호수위를 우아하게 헤엄치는 백조처럼...
어찌되었든, 길을 가는데 누가 “道를 아십니까?”라고 묻는다면 수태감기가 곧 道라 하시고 풍란에 퐁당 빠뜨리십시오.
 
이제 란을 심기전에 잠시 화분의 유행을 살펴보겠습니다.
초창기에는 검은 유약이 발라진 *진 락소분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아울러 구녕이 송송 뚫린 청자분도
있었지요. 당시에는 수태봉으로 심는것을 몰라서 주로 스치로폼을 넣거나 분재용 철사를 이용해 심었고
지금처럼 하이포넥스나 피터스같은 비료를 몰라 분갈이 후 마캄프K를 몇알씩 끼워두었는데
검은색 낙소분에 하얀 때가 끼어 지저분해지기도 했습니다.
그 뒤 모 전문점에서 화분 밑구멍이 뻥 뚫리게 심은것을 본 취미가분들이 화장품병을 수태봉으로
사용하였고 작은 음료수병이 나오게 되어 수태봉 대용으로 애용하게 되었습니다.
수태봉으로 봉심기를 하게 되면서 차츰 락소분을 버리고 동편분을 배양분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당시 동편분은 배양보다는 전시적 감상에 중점을 두었기에 다소 두껍고 잘 마르지 않았습니다.
이에 동편분에서 하지분으로 개량화 되며 좀더 앝아지고 배양에도 다소 좋은 제품이 나오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베란다에서 깔끔하게 감상하며 배양하고자 한다면 추천합니다.
그 후 감상적 기준보다는 배양에 주안점을 두다보니 토분으로 유행이 되게 됩니다.
처음에는 키작은 화분으로 *진화분, 중국분을 주로 사용했습니다만
최근에는 예전 석곡분으로 인식되었던 키 큰 화분이 대세를 이루며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럼...수태를 잘 감으셨습니까? 그렇다고 아직 道가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이제 란에 어울릴만한 화분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하품하며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는 우리의 마무리친구 핀셋을 사용하여
화분둘레를 돌려가며 적당하게 밀어 넣어 잘 심어줍니다. 이 때 3개의 다리가 있는 화분은
삼각형의 한 지점을 정면으로 합니다.
마침내 화룡점정(畵龍點睛)!!! 이름표를 삼각형 정면으로 정한 지점에 꽃아주고 정리해주면
어느덧 풍란분갈이(수태감기)라는 道의 완성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댓글목록

동녁별이동규님의 댓글

동녁별이동규
글을 읽다 보니 문득 난벗과 탁주 한잔이 생각나는구려...
언제 한번 탁주한잔 하며 난담이나 나눕시다 그려...

이계주님의 댓글

댓글의 댓글 이계주
오케바리 땡큐!!!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