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제우소담기(蘭房諸友笑談記)-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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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헤어매니저/가위가 엿장수 가위질하듯 하며 한마디 하는데,
[“제 아무리 아름다운 모델들의 헤어스타일도 다 이 가위로 인해 완성되는 법이네.
엄미공주 산지사방 뿌리도 내 비위를 건드리면 알짤 없이 단발머리 자르듯 할 것이요,
분갈이 후 얌전히 앉아있노라면 거친 수태결을 다듬어 어느새 단정한 모양새 마무리되는데
이 어찌 중요하지 않겠는가. 어디 이뿐이랴.
어떤 전시회든 테이프 컷팅식에 있어서 내 잘라주어 시작을 알리지 않던가.
또한 어릴 적 동네에 온 엿장수에게 고물들을 갖다 주면, 엿을 적게 주고 많이 주고는
엿장수 손에 든 가윗가락에 달렸지 않았던가.
그리고 덤으로 구전설화로 전해오는 <가위>시를 읊어보니 들어들 보시게나.
정이 많아 허리를 합쳤고, 뜻이 있어 두 다리를 열었네.
허리를 움직이는 것은 내 마음이요, 깊고 얕음은 그대의 뜻이리라“]
조용히 듣고 있던 집게도사/핀셋가 두 가닥 수염을 만지작거리면서 이르되,
[“헤어메니저는 그거 어디서 퍼왔는가. 솔차니 거시기하네. 그나저나 여러 벗님들 들어보소.
내 밀어 넣는데 도사 아닌가. 샴푸모델 수태결로 잘 감겨진 엄미공주를 초당에 심을 때면
살짝살짝 돌려가며 잘 밀어 넣어 줘야 수태결 상하지 않고 자태도 흐트러지지 않는다네.
또한 나의 유용함이 어디 이뿐이랴. 엄미공주 이쪽저쪽 살펴보다 가려운데 긁어주듯 다듬어주고
그러다 족집게처럼 새로운 신아를 발견하게 되면, 유레카! 외치니 이 기쁨 다 누구 때문이겠는가.“]
깔창남/좌대 깨금발 들고 나오며 한마디 하는데,
[“전시회 때를 보소. 엄미공주 온갖 자태를 뽐내며 초당여사의 품에 심겨져 도도하게
서있는 폼새가 얼마나 우아하고 어여쁜 자태인가.
더구나 전시회 대상을 비롯한 수상품은 하히힐 보다 더 높은 깔장위에 올려져 있지 않던가.
그런데 만약 저 초당여사의 짧은 발아래에 높고 낮은 깔창이 없다고 생각해보구려.
키높이 구두에 깔창 빼내는 것과 같지 않겠는가.
따라서 여러 벗들의 수고로움이 다 내 덕분에 작품성이 돋보인다는 것 새겨들 두시게나.“]
이때 난실 한쪽에서 일곱벗들의 소란스러움을 뻘쭘히 구경하던 石香/석곡이 이르되,
[“보소 보소, 내 낄 자리는 아니 오만 여러 벗 들 각자 공들 앞 다퉈 자랑함이 부러버서
이내 신세한탄 해보나니 한번 들어나 보소.
옛적 어느님이 풍란은 조강지처요, 석곡은 애인이라 했던가, 꽃피는 호시절에만
잠깐 즐겨보고 이제는 눈길한번 주지 않는 것이 아무래도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
참으로 무정한 속세의 情이로구나.“]
☞ 다음편 계속됩니다.
댓글목록
동녁별이동규님의 댓글
동녁별이동규
이 긴 글을 뭐땀시 두군데나 심들게 쓰신다요?
암튼 역시 계주성아여~
암튼 역시 계주성아여~
치하님의 댓글
치하참말로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