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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제우소담기(蘭房諸友笑談記)-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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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방제우소담기(蘭房諸友笑談記)
 
오늘은 분갈이를 하는 날이다,
화창한 가을 날씨답게 선선하고 하늘마저 맑고 푸르다.
물에 불리어 두었던 수태는 채반위에 담아 물기를 빼놓고, 깨끗하게 씻어놓은
화분은 한쪽에 모아둔다. 널찍한 작업대위에 분갈이 도구들을 준비해두고 분갈이를
도와주기로 하신 난우님들을 기다린다.
 
어느덧 한 분 두 분 도착하신 난우님들의 현란한 분갈이 춤사위는 가히 달인의 솜씨라
풍란들은 하나 둘 곱게 단장되어지는데, 어찌 이쯤해서 새참이 빠질 손가?
통닭 몇 마리에 시원한 생맥주 시켜놓고 마셔가며 수태를 감는데, 이젠 음주분갈이네.
세상사 안주삼아 이런저런 세설(細說)을 하다 보니 어느 새 분갈이가 끝나게 된다.
어질러진 도구들을 챙겨두고 뒷정리가 끝나면 잠시 앉아 커피 한잔의 여운을 즐겨본다.
그리고 깔끔하게 분갈이 되어진 난실을 흡족히 바라보노라니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
오랫동안 함께해온 십년지기 벗들과 함께 잠시 우스갯스런 말춤(言舞)을 춰보기로 한다.
어느 가수의 “강남 스타일” 말춤(馬舞)처럼.....
 
자고이래 글하는 선비에게는 문방사우(文房四友)가 있고 부인네에게는 규중칠우
(閨中七友)라는 것이 있었는데 난을 기르는 난인들에게도 어찌 함께하는 벗이 없으리오.
하여, 풍란 취미생활에서도 함께하는 여러 벗들이 있어 풍란, 화분, 좌대, 수태, 수태봉,
가위, 핀셋을 중심으로 하고, 여기에 석곡과 석부작을 함께 하여 난방제우(蘭房諸友)라,
이에 각각 어울리는 별명을 붙혀 보는데...
풍란을 엄미공주, 화분은 草堂여사, 수태는 샴푸모델, 수태봉은 봉강쇠, 가위는 헤어매니저,
핀셋은 집게도사, 좌대는 깔창男, 석곡은 石香, 석부작은 돌부리영감이라 정하노니
난인들의 취미생활에 있어 보고 듣는 게 많아 각자 할 말들이 많더라.
 
☞ 다음편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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