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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생 몽환 .. 끄적 끄적,일요일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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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머리를 잘랐다.
         짧게 잘리우는 머리칼에서는
         은은한 묵향 내음이 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일상이 수고스러울 때마다 머리를 잘랐던 것 기억이 있다.
         내 머리칼이 길어진 시간 만큼만
         내 수고스러운 시간들을 덜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미용실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내 유년의 골목쟁이 친구 같은 어린 아이가
         계단 위로 힘겹게 자전거를 올려놓고 있다.

         "아줌마, 자전거 좀 저기에 올려주세요."

         선뜻 누구에게나 말붙임을 할 줄 아는 아이
         반면에, 낯가림이 심했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
         돌아보니 어른이 된 지금과 크게 변함 없는 모습이다.
        
         미용실에는 일요일이라 손님들이 밀려있다.
         간혹 머리를 자르는 가위질 소리와
         책장 넘기는 소리만이 들리고,        
         낡은 창문 한켠으로는
         계절 탓에 조금은 건조해진 대나무의 잎이
         언뜻 언뜻 스치고 있다.
         황토흙이 푹신하고 고운,
         고요한 뜰 위에서....
        
         요즘 들어 내가 사는 것만큼이나 평화로운 일요일 풍경,
         오랜만에 느끼는 한가로움이다.
        
         살아가는 일도
         바쁜 일상에서 조금만 빗겨서 바라보면
         이리도 편안한 것을....                      

         신선한 바람 내음을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었음일까..
         더운 계절은 이미 지났지만
         평소에 친분이 있던 주인에게
         합죽선 부채를 하나 얻어 들고 왔다.
        
         더러는 마음에 비 긋는 소리가 들려 먹먹하기도 하지만
         다시금, 사는 것이 이렇게 고요하고
         거문고 소리 들릴 듯, 말 듯 다시 여유로와졌으니
         새삼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를 생각한다.
        
         그래, 지금은 슬픔도, 기쁨도 그저 눈 한 번 크게 뜨고
         반겨 바라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
         때때로 가슴에 매달리던 빗물의 날들도
         이제는 행복인 줄 알겠다.



        * 곡 .. TimMac Brian 의 LeChant Du Roseau

댓글목록

푸른들님의 댓글

푸른들
  바탕에 깔린 음악도 글도 오랜만에...
고요와 여유가 전해지네요.

묵향님의 댓글

묵향
  아직은여 박은 어둠이 깃드려 있그만여 ~~
묵향이 논내는 함 잠들면 한잠에 자그 일나는디 오늘따라예 업치락 뒤치락 좀 늣엇그만지만여 우길 아주 잘했그만여 ~~~

와 부니 은련화의 잔잔한 음악소리 귀로 만즈 보면서여 푼스를 자리에 떨어뜨리는디
주어서 함 읽어 보실런지 생각하믄서여 이리몇자 그려 보는기요 ~ㅎ

아주 깊고 깊은밤에 묵향이  내음을 소중허게시리 만저 주시며 올인글 두번 시번 읽어 보는 시간 지금여 묵향이도 심호흡 길게 내쉬며 그맙다그 하믄서여  더 떠러뜨리고 십지만 요기서 읽나요  ~~ㅋㅋ

지명님의 댓글

지명
  ㅋㅋ 여성분들에 있어서 헤어의 손봄(컷,퍼머등)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보죠? ~~(헤어자르기전의 모습을 못봤으니 변하셨을 모습이 전혀 안떠오르는것도 답답하고~~)
 *                          *                          *
우리 한풍련과 풍빠모의 문사이신 은련화님의 글은 우리 모두의 그 무엇인가를 꼼짝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나 봅니다. 월요일 아침회의도 안들어가고 이 글을 읽고있으니 말입니다~~ ㅋㅋ 지는 토,일 집에서 일만 했습니다.

묵향님~~ 건강하시죠?  택배는 잘 받았습니다  제가 집을 이틀이나 비우는바람에 이제야 소식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원태님의 댓글

김원태
  슬픔과 기쁨을 띠 넘가치기 했으렷다요?

지는 아즉 미거하여 개안하지 몬하고 많이 기뻐구 슬펀디~~~
인생에 초보티 인쟈 막 민할라 카는디 그래도 시방
9푼은 더해야 쪼꼼 알릉가 모르갓으요~~~구벅

적외선님의 댓글

적외선
  제가 며칠전 늦은 밤에 문득 다시 깨닫던 행복감을 은련화님은 평소 느껴오고 계셨군요. 오늘 아침 또 현재에 만족하고 기뻐할 수 있기를 애써 노력해보게 되는군요. 좋은 일이죠 ... 토실 토실한 몽환과 배경음악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ㅎㅎㅎ

솔잎님의 댓글

솔잎
  은련화님의 글을 읽으니 마음이 넉넉해 지네요.
왠지 모를 편안함까지...................^^

유송남님의 댓글

유송남
  은련화님에 제목 클릭하는 순간 ..........
잠시 후 바로 잔잖게 들려오는 음악 소리 너무나 좋습니다

그리고 글을 읽어 보고 있노라니...........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을 스치고 지나가는군요..........

암튼 좋은 음악
살아가는 이야기 즐감하고 갑니다....감사

김주봉님의 댓글

김주봉
  음악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군요....^^
즐겁고 행복한 한주 되시길 바랍니다...^^

운각님의 댓글

운각
  지금,
점점 다가오는 가을 앞에서
뒤 돌아보는 제 자신을 사랑하소서!
열심히 뿌리고 가꾼자들은
열심히 거두는 수고를 해야 함이니....

푸하하!
또, 자신의 머리를 쥐어 뜯으시었군요 
제자신을 채찍질해서 얻은
아름다운 낱말들의 짜임새가 보기좋으네요.


올가을엔 방황 하면 안돼는데.......

강미숙님의 댓글

강미숙
  은련화님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옵니다
알고 있었지만 ..글솜씨가 좋으십니다  부럽습니다
지나고 나면  그 날이 다 그립기만을 한 것을~
이 여름은 또 어떤 기억으로 그리움이 될까~요?
언젠가 오늘처럼 살며시 미소 짓겠지요